유머가 회의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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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리

회의 문화를 바꾸는 3가지 유머 전략

월요일 오전 10시, 주간 회의가 시작된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팀장이 말한다. “지난주 프로젝트 진행 상황 공유하겠습니다.” 모두가 팀장을 응시한다. 그때 누군가 말한다. “부장님, 오늘 넥타이 색깔이 밝으시네요. 분위기 좀 바꾸려고 고르신 거죠?” 회의실에 웃음이 퍼자고, 분위기가 한결 편안해졌다. 
또 다른 회의실. 진행이 부진해지자 누군가 말한다. “이번 정책은 윗선에서 또 책상에 앉아서 만든 거 아닙니까? 현장은 전혀 모르면서.” 몇몇이 웃지만, 공기가 무겁다. 회의는 예정보다 일찍 끝나지만, 아무도 만족하지 못한다.

같은 농담이지만, 어떤 것은 회의를 살리고 어떤 것은 죽인다. 왜일까?

유머는 정말 회의 문화를 바꾸는가?

회의 효과성은 회의가 참석자와 조직의 목표 달성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도왔는지를 나타낸다. 개방적 의사소통, 과업 지향성, 시간 엄수 같은 기능적 행동은 효과성을 높이지만, 불평이나 부정적 감정의 발산은 효과성을 떨어뜨린다. 회의 만족도는 직원이 회의에서 경험하는 전반적인 느낌이다. 여기에는 리더십과 진행 방식, 구성원 간 긍정적 상호작용, 회의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유머는 단순한 웃음거리가 아니라 회의 효과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리더가 회의 효율을 높이려 안건을 줄이고, 시간을 단축하고, 발표 자료를 압축하는 것에 집중한다. 직원들은 회의를 “시간 낭비”라 여기지만, 문제는 구조가 아니라 분위기다. 사람들은 경직된 회의에서 입을 닫는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안전한 분위기에서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회의 분위기를 바꿀 것인가?

유머가 무조건 긍정적이지 않다? 유머의 방향이 회의의 질을 결정한다.

누군가는 “가벼운 농담 한두 개쯤이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유머가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유머는 집단을 결속시키고, 어떤 유머는 오히려 분열을 만든다. 많은 사람이 “유머는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다”라고고 믿는다. 그러나 유머의 종류에 따라 회의 성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특히 같은 회의실 안에서도 농담의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갈릴수 있다는 것이다. 동료를 향한 가벼운 놀림은 때로 회의 효율을 높이지만, 회의에 없는 제3자를 비하하는 농담은 회의 만족도와 효과성을 모두 떨어뜨린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짜 중요한가?

남부 일리노이대학의 Pham과 Bartels(2021)는 143명을 대상으로 회의에서의 유머와 놀이가 회의 만족도 및 효과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유머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긍정적 유머다. 관계를 촉진하고 긍정적 감정을 만드는 농담이다.  “우리 팀 회의는 항상 늦게 시작하는데, 오늘은 제시간에 시작하네요. 기적이야! 출발이 좋다!” 처럼 상황을 가볍게 풀어낸다. 둘째, 부정적 내집단 유머다. 같은 회의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비하나 조롱이다.  “박 대리는 뭐가 그렇게 바빠. 다음엔 시간 좀 맞춰서 들어와.” 같은 팀원을 대상으로 한 지적이지만, 농담으로 포장된다. 규율을 강화하고 행동 교정을 유도한다. 셋째, 부정적 외집단 유머다. 회의에 없는 제3자, 특히 상급자나 경영진을 조롱하는 농담이다. “이번 정책은 본사가 또 책상머리에서 만든 거 아닙니까? 현장은 전혀 모르면서.” 또는 “부서장님은 우리가 뭐 하는지 관심도 없으시죠. 보고서만 잘 올라가면 돼요.” 회의에 없는 상급자나 타 부서를 조롱한다.

세 가지 유머에 대한 효과를 분석한 결과 긍정적 유머는 회의 만족도와 효과성 모두를 높였다.  구체적으로, 부정적 내집단 유머는 회의 효과성을 높였으나, 만족도에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 즉, 동료를 향한 가벼운 지적은 논의를 빠르게 정리하고 규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참석자들이 즐거워하지는 않았다. 반면 부정적 외집단 유머는 회의 만족도와 효과성 모두에 강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제3자를 비하하는 농담은 순간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듯 보이지만, 회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부정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한 연구진은 회의 내 놀이(playfulness)의 역할도 분석했다. 놀이란 자발적이고 재미있으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회의 시작 전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 발표자가 공을 던지며 순서를 정하는 방식, 또는 회의실에 간식을 비치하는 것이다. 놀이 요소는 회의 만족도와 효과성 모두를 높였다. 즉, 유머와 놀이는 단순한 분위기 전환 도구가 아니라, 회의 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회의실 내에 유머를 금지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3자에 대한 비판은 줄이고, 팀 내부를 향한 긍정적인 인정, 칭찬으로 긍정적 유머를 늘려야 한다. 또한 경직된 회의 구조에 작은 놀이 요소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회의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내일부터 회의 문화를 바꾸는 3가지 유머 전략

1. 긍정적 칭찬으로 회의를 시작하라. 회의를 시작하기 전, 지난주 있었던 긍정적인 순간을 유쾌하게 언급해 보자. 
“박 대리님, 금요일 회의록 정리 진짜 깔끔하더라고요. 덕분에 주말에 헷갈리지 않고 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해요!”
“금요일에 시스템 오류 났을 때 김 과장님이 30분 만에 해결해 주셨죠. 덕분에 우리 칼퇴 성공! 정말 고마웠어요.”
긍정적 칭찬과 유머는 참석자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고, 회의 초반 긴장을 풀어준다. 특정 행동이나 기여를 인정하면, 다른 팀원들도 자신의 의견을 편안하게 표현하게 된다. 칭찬을 할 때는 구체적 행동에 집중하라. “김 대리는 항상 잘한다”라는 막연한 칭찬보다, “지난주 보고서에 경쟁사 데이터 분석이 정말 명확했다”처럼 구체적으로 언급하라. 단, 특정인만 반복적으로 칭찬하면 다른 팀원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으니 매주 다른 팀원의 기여를 돌아가며 언급해 보자.

2. 놀이 요소로 회의 에너지를 높여라!  회의 중반 집중력이 떨어질 때, 상급자나 타 부서 비판 대신 2분짜리 스트레칭이나 “1분 브레인스토밍 게임”(랜덤 주제에 대해 즉석 아이디어 제시)을 진행한다. 또는 회의실에 스트레스볼이나 레고 블록을 비치하여 자유롭게 만지게 하는 것도 시도해볼 수 있다.  놀이 요소는 에너지 전환 효과를 내면서도 회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때, 놀이 활동이 회의 목적과 무관하게 길어지면 “시간 낭비”로 인식된다. 활동 시간을 명확히 제한하고(2~3분), 회의 안건과 자연스럽게 연결해 보자.

3. 존중하는 대화 문화를 만들어라. 회의 시작 전, 대화 방식에 대한 기대치를 명확히 설정해 보자.
“오늘 회의는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처럼 한 문장으로 기준을 제시한다. 회의 중 누군가 회의에 없는 상급자나 타 부서를 조롱하는 농담을 던졌다면, “그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나누고, 지금은 오늘 안건에 집중해 볼게요?”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돌린다. 부정적 유머를 방치하면 회의 분위기는 빠르게 냉소적으로 변한다. 리더가 어떤 유머를 허용하고 어떤 대화를 제지하는가가 회의 문화를 만든다. 단, 팀 내부를 향한 가벼운 농담(예: “우리 팀은 항상 5분씩 늦게 시작하죠”)은 맥락에 따라 규율을 환기하는 순기능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농담이 특정인을 상처 주거나 외부를 향한 비난이 아닌지 판단하는 리더의 감각이다.

오늘 당신이 던진 농담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동료를 격려하는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조롱하는가? 회의실 안에서 웃음이 터질 때, 그 웃음이 연대에서 나온 것인지 냉소에서 나온 것인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국 회의는 사람이 만든다. 위를 향한 불만이 아니라, 옆을 향한 격려가 진짜 변화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