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흔히 벌어지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한 팀원이 엑셀 파일과 씨름하고 있다. 지나가던 선배가 모니터를 쓱 보고 한마디 던진다. “어, 그거 피벗 테이블 쓰면 되잖아” 선배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후배를 도왔다는 뿌듯함에 자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남겨진 후배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고맙다는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누가 모르는 줄 아나?’라며 불편함을 느낀다.
우리는 조직에서 지식 공유와 협업이라는 명분 아래 수많은 조언을 주고받는다. 리더는 구성원에게, 선배는 후배에게 더 나은 방법을 알려주려 애쓴다. 의도는 분명 선하다. 팀의 효율을 높이고 동료의 성장을 돕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실은 당신의 그 선의가 상대방에게는 자신을 무시하는 오만으로, 혹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잘난 척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우리 팀에도 분명 이런 순간이 존재한다.
돕고 싶어서 건넨 말이 오히려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고, 업무 의욕을 꺾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돕고 싶어서 조언했는데 왜 기분 나빠할까?
선한 의도가 오해를 부르는 이유
우리는 조언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를 내용(Content)에서 찾으려 한다. “내가 설명을 너무 어렵게 했나?”, “내 말투가 좀 공격적이었나?” 혹은 “저 친구가 아직 내 조언을 이해할 레벨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조언의 내용이 유용하고 정확하다면 상대방이 고마워해야 마땅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내용이 아니라 맥락(Context)에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요청의 유무’가 핵심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의 행동 뒤에 숨겨진 동기를 추론하려 한다. 특히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할 때, 우리의 뇌는 비상벨을 울리며 질문을 던진다. “저 사람은 왜 갑자기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금쪽같은 조언이 되기도 하고 불쾌한 간섭이 되기도 한다. 과연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드는가?
친구의 조언이라도 ‘안 물어봤으면’ 소용없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평소 친한 사이라면, 혹은 내가 팀장으로서 권위가 있다면 먼저 조언을 해줘도 괜찮겠지”라는 믿음이다. 친밀감이 조언의 수용도를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놀랍게도 요청받지 않은 조언은 조언자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심지어 조언자가 직장 내 절친이라 할지라도, 요청하지 않았는데 훅 들어오는 조언은 환영받지 못한다. 조언자가 친구이든, 상사이든, 전문가이든 관계없이, 요청받지 않은 조언은 듣는 이로 하여금 “나를 돕려는 게 아니라, 자기 지식을 뽐내려는 것 아니야?”라는 의심을 품게 만든다. 즉, 관계의 깊이가 조언의 수용성을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상대방이 조언을 ‘원했는가’라는 것이 핵심이다.
많은 이들이 조직 내 활발한 조언 공유가 무조건 좋다고 믿는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랜드리스(Blaine Landis) 교수 외 연구진은(2022) 요청받지 않은 조언의 숨겨진 위험성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연구진은 현장 연구, 일기(Diary) 연구, 실험 연구를 포함한 세 가지 방식을 통해 조언의 유형과 수용자의 반응을 분석했다. 조언의 유형을 1) 요청받은 조언과 2) 요청받지 않은 조언으로 구분하고, 수용자가 조언자의 의도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분석했다. 여기서 핵심은 조언의 내용보다 조언자의 의도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바로 귀인 과정에 따라서 수용자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누군가 조언을 요청했을 때, 조언자가 응답하면 수용자는 이를 친사회적 동기(Prosocial Motive), 즉 “나를 돕기 위해 애쓰는구나”라고 해석했다. 반면, 묻지 않았는데 조언을 할 경우, 수용자는 이를 자기 고양적 동기(Self-serving Motive), 구체적으로는 “자기 지식을 과시하거나 혹은 나보다 우월함을 증명하려고” 한다고 느꼈다.
이러한 해석은 실제 성과에도 차이가 있었다. 요청받지 않은 조언은 수용자에게 유용하지 않다고 평가절하되었을 뿐만 아니라, 조언을 통한 학습과 업무 성과 향상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조언자가 친구여도 결과가 같았다는 것이다. 이솝 우화에 꼬리 잘린 여우가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다른 여우들에게 꼬리를 자르라고 조언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요청받지 않은 조언 뒤에는 항상 조언자 본인을 위한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본능적으로 의심한다. 즉, 조언의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요청이라는 절차가 빠지면, 그것은 학습의 도구가 아니라 지적 우월감의 표시로 오해받으며, 결과적으로 성과에 부작용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언이 진짜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3가지 전략
그렇다면 리더와 동료들은 입을 다물고 있어야만 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의 조언이 잔소리가 아닌 성장의 무기가 되게 하는 구체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첫째, 허락을 구하는 절차를 습관화하라. 가장 간단하지만 강력한 방법은 조언하기 전에 물어보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데, 들어볼래요?”라고 먼저 제안하라. 이 짧은 질문은 상대방에게 통제권을 쥐여준다. 상대가 “네, 듣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조언은 요청받지 않은 것에서 요청받은 것으로 프레임이 전환된다. 이때부터 상대방은 당신의 말을 나를 위한 도움으로 해석할 준비를 마친다.
둘째, 자신의 동기를 명확히하라. 부득이하게 먼저 조언해야 할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오해하기 전에 당신의 동기와 의도를 명확히 밝혀라. “자네가 일을 못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지난번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야”라고 서두에 깔아두어라. 이는 상대방이 당신의 행동을 지식 과시가 아닌 친사회적 지원으로 귀인하도록 유도하는 안전 장치가 된다.
셋째, 조언의 문턱을 낮춰 요청을 유도하라. 리더는 섣불리 훈수를 두기보다, 팀원들이 편하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언제든 물어봐”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리더 자신이 먼저 “이 부분은 내가 잘 모르겠는데, 김대리 생각은 어때?”라고 조언을 구하는 모습을 보여라. 상호 조언을 구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조언은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쌍방향의 정보 교류가 된다. 구성원들이 조언을 구하는 행위를 무능력의 증명이 아니라, 학습의 과정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조직에서의 조언은 무엇(What)을 말하느냐보다 언제, 어떻게(When & How) 말하느냐가 핵심이다. 우리는 흔히 내가 아는 것을 상대에게 빨리 알려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대에게 쏟아붓는 지식은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요청받지 않은 조언은 상대를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고, 조언자를 자기중심적인 인물로 만든다. 반면, 기다림과 질문을 통해 시작된 조언은 상대를 주체적인 학습자로, 조언자를 진정한 조력자로 격상시킨다. 리더십의 본질은 답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 지금 당신의 입 끝에 맴도는 그 훌륭한 조언을 잠시 멈추라. 그리고 먼저 물어보라. “내 생각이 도움이 될까?” 그 짧은 틈이 당신의 조언을 보석으로 바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