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 들어서면 늘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리더가 새로운 프로젝트 방향을 설명하고, 구성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질문 있나요?”라는 물음에는 침묵만이 답한다. 회의가 끝나고 복도에서 만난 동료가 속삭인다. “사실 아까 제안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말하기가 좀…”
왜 우리는 회의에서 침묵하는가?
더 나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명백한 문제를 발견해도 입을 다무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리더가 “우리 팀원들은 적극성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구성원의 소극성일까, 아니면 리더가 만들어낸 분위기 때문일까?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말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심리적 환경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심리적 환경을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리더의 호기심이 만드는 차이
A기업 팀장은 회의에서 늘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 방법이 최선일까?”, “다른 팀은 어떻게 했지?”,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구성원들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곧 팀장도 정답을 모르고 함께 찾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구성원들도 자유롭게 질문하고 의견을 낸다.
반면 B기업 팀장은 회의에서 대부분 지시와 결정을 내린다. 질문은 드물고, 있어도 수사적이다. 구성원들은 “잘못 말하면 무능해 보일 것 같다”며 입을 다문다.
두 조직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리더의 호기심 표출이 차이를 만든다.
호기심은 정보와 지식을 탐구하고, 질문하며, 수집하고 학습하는 행동을 이끄는 힘을 의미한다. 리더의 호기심 표현은 기존 이론에 도전하고 오래된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것을 포함하는 행동이다. 리더가 호기심을 보이면, 구성원들은 “여기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질문해도 안전하다”라는 신호를 받는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면서 허용되는 행동의 범위를 학습한다. 리더의 호기심은 구성원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현 상태에 도전하는 행동, 발언 행동을 모방하도록 장려한다. 따라서 리더 호기심의 진정한 영향력은 구성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안전감을 통해 발언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로 보는 호기심의 힘
Thompson과 Klotz (2022) 는 교육 컨설팅, 의료, 금융서비스 등 4개 기업의 1,123명의 리더-팀원 쌍을 대상으로 7주 간격 3차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리더의 호기심 행동이 팀원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고, 이를 통해 발언 행동을 유도하는지 검증했다. 1차에서 팀원이 리더의 호기심을 평가하고, 7주 후 심리적 안전감을 측정하고, 다시 7주 후 리더가 팀원의 발언 행동을 평가했다.
리더 호기심은 4개 샘플 모두에서 팀원의 심리적 안전감과 유의한 정적 관계를 보였다. 즉, 리더가 호기심을 많이 보일수록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이 높아졌다. 그리고 리더 호기심이 구성원 발언에 미치는 영향은 심리적 안전감을 통해 전달되었다. 즉, 리더의 호기심 → 심리적 안전감 증가 → 발언 행동 증가의 경로가 확인된 것이다.
또한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었다. 남성 리더의 호기심은 팀원의 심리적 안전감에 강한 정적 관계를 보였으며, 이는 팀원의 발언 행동으로 이어졌다. 반면에 여성 리더의 경우, 동일한 호기심 행동을 보여도 심리적 안전감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거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사회역할이론과 공동체성 보너스(Communality Bonus) 효과로 설명한다. 호기심은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학습하려는 공동체적 행동이다. 사회는 여성에게 배려하고, 질문하고, 관계를 중시하는 행동을 기대한다. 그래서 여성 리더가 호기심을 보여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반면 남성 리더가 호기심을 보이면 성역할 기대를 뛰어넘는 긍정적 행동으로 인식되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를 남성 친사회성 보너스 효과라고 한다.
즉, 리더의 일관된 호기심 행동이 팀 내 심리적 안전감 신호로 작동하지만, 그 효과는 성별에 따라 극명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호기심은 누구나 가져야 할 리더십 역량이지만, 현실에서는 성별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성별 편향이 여성 리더가 이미 직면한 장벽에 또 다른 불평등을 더하는 것이라 경고했다. 조직은 여성 리더의 호기심 행동을 남성 동료와 상급자가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축하해야 하며, HR 개입을 통해 직원들의 무의식적 편향을 인식시켜야 한다. 궁극적으로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리더의 호기심을 동등하게 가치 있게 여기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호기심을 회의 문화로 만드는 3가지 전략
그렇다면 조직과 리더는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많은 리더가 명확한 지시와 확고한 결정이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질문을 많이 하거나 잘 모른다는 것을 드러내면 권위가 손상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리더가 “이건 왜 그럴까?”,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라고 질문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탐구하는 모습을 보이면, 구성원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다.
호기심 전문가로 알려진 스콧 시게오카(Scott Shigeoka)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소개한 호기심 문화를 구축하는 3가지 문구를 소개한다.
첫째, 모르겠습니다.
회의나 대화에서 답을 모를 때 솔직하게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리더가 “모른다”고 말하면 무능해 보일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에 관한 연구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자신의 믿음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리더는 무능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유능하고 긍정적으로 보이며, 더 친근하고 공동체적으로 인식된다. 이는 팀원들이 리더와 함께 일하기를 선호하는 신뢰의 핵심 특성이다.
“모르겠습니다”는 모든 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열려 있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리더가 먼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 팀원들은 “여기서는 질문해도 안전하다”는 신호를 받는다. 이때, “모르겠습니다”만 말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하지만 어떻게 하면 더 배울 수 있을까요?” 와 같은 질문을 함께 제공하여, 팀원의 참여, 협력, 문제 해결을 촉진하는 호기심을 표현해야 한다.
둘째, 더 말해주세요
팀원이 “이 프로젝트 타임라인이 좀 부담스러워요” 또는 “생성형 AI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정말 흥미로워요”라고 말할 때, “그렇군요”나 “안됐네요”로 넘어가지 말고 “더 말해주세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부담스러운가요?” 또는 “더 말해주세요. AI의 어떤 점이 흥미로운가요?”라고 호기심을 가지고 응답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계를 강화하는 핵심 요소는 상대의 관심 요청에 의미 있게 응답하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팀은 하루에 수십 번의 관심 요청을 한다. 이 순간들을 놓치면 동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기회를 잃는다.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는 대신 “더 말해주세요”라고 응답하라. 단, 형식적으로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진심으로 궁금할 때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고 싶은 충동을 참고,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완전히 꺼낼 수 있도록 공간을 줘야 한다.
셋째, 누구 또 있을까요?
문제를 논의하거나 결정을 내릴 때, “누가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 또 물어볼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한다.
픽사의 사례를 살펴 보자.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한 감독은 곧 개봉할 영화의 한 장면을 검토하기 위해 팀원들을 회의실로 불렀다. 피드백을 요청하자 한 사람이 손을 들며 “하지만 저는 그냥 회계사인데요”라고 말했다.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당신은 픽사에서 일하도록 고용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목소리, 생각, 아이디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이 영화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습니다.” 수년간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든 후, 픽사의 감독들은 진정으로 다양한 그룹에서 피드백을 끌어내는 것이 더 많고 더 나은 관점을 제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나 애니메이터라는 직함이 없는 사람들의 관점에 호기심을 가짐으로써, 진정으로 광범위하고 흥미로운 그룹에서 지혜를 얻었다. 동질적 집단사고를 피한 것이다.
회사 규모나 산업에 관계없이, “누구에게 또 독특한 통찰이나 해결책을 물어볼 수 있을까?”라고 질문함으로써 이런 종류의 호기심을 조직에 가져올 수 있다. 뛰어난 통찰과 해결책은 가장 예상치 못한 사람들로부터 나올 수 있다. 계속해서 “누구 또 있을까?”라고 질문해보자. 이때, 형식적으로 다양한 사람을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반영해야 한다. “당신의 목소리가 중요합니다”라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반영하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시하는 리더는 침묵을 낳고, 묻는 리더는 학습을 낳는다. 결국, 회의 문화 품질은 리더의 질문 품질에 달려 있다. 호기심은 리더의 약점이 아니라, 팀의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는 가장 강력한 리더십 기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