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문화개선, 조직문화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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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리

회의 문화가 조직 문화를 구조화하는 방식

매주 반복되는 회의, 그 안에 숨은 진실.
월요일 오전 10시, 팀 회의실에 들어선 당신은 늘 같은 풍경을 목격한다. 리더가 준비한 안건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구성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만 한다. 질문이 있냐는 물음에는 침묵만이 답한다. 회의는 정확히 60분 만에 끝나고, 모두는 ‘또 한 주가 시작되었다’라며 자리를 뜬다.

한편 복도 건너편 다른 팀의 회의실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구성원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리더는 질문을 던지며 토론을 촉진한다. 회의는 30분 만에 끝나기도 하고, 중요한 이슈가 있으면 90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같은 회사, 같은 층에서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가?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회의 방식의 차이인가, 아니면 조직 문화 그 자체의 차이인가?

회의는 조직을 비추는 거울인가, 조직을 만드는 도구인가?

대부분의 리더는 회의를 조직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이벤트로 여긴다. 회의 효율화 교육도, 퍼실리테이션 스킬 훈련도 모두 회의라는 활동 자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간과하는 핵심 질문이 있다. 회의는 조직 문화를 반영하는 것일까, 아니면 조직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Organizational Psychology Review에 발표한 Scott과 Allen (2023)은 회의가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조직 문화를 구조화하는 근본적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회의는 조직 문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그것을 만들고 강화하며, 때로는 변화시키는 메커니즘이다.”

회의가 조직을 설계한다.

우리 회사 문화가 보수적이니까 회의도 딱딱하다.  Vs 회의가 딱딱하게 반복되니까 회사 문화가 보수적으로 된다.

이들이 주목한 핵심은 회의와 조직 문화 사이의 순환 관계다. 회의 방식이 조직 문화를 반영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동시에 그 회의 방식이 반복되면서 조직 문화를 더 강화하거나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새로 입사한 직원이 적극적으로 질문하려다가 차가운 분위기를 감지하고 입을 다문다. 몇 번 반복되면서 “여기서는 질문하지 않는 것이 맞구나”를 학습한다. 그리고 그 직원도 나중에는 다른 신입사원에게 똑같은 신호를 보낸다. 회의실에서 일어나는 작은 상호작용들이 모여서 “우리 회사는 이런 곳이다”라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회의 문화는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조직 운영 체계

조직 회의 문화(Organizational Meeting Culture)는 회의에서 소통하고, 토론하고, 의사 결정하는 방식에 관한 가치관, 가정, 신념이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반영되고, 재생산되고, 때로는 변화하는 지속적 시스템을 의미한다. 여기서 핵심은 상호작용의 이중 효과다.

구조가 행동을 제약한다- 조직의 암묵적 규칙들(예: “회의는 1시간”, “리더가 말하면 듣는다”)이 구성원의 행동을 제약한다.
행동이 구조를 만든다 – 구성원들이 그 규칙을 반복적으로 따르면서 규칙을 더 강화하거나, 때로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한 조직에서는 “회의는 반드시 정시에 시작해서 정시에 끝난다”라는 암묵적 규칙이 있다고 하자. 처음에는 효율성을 위한 규칙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한 이슈도 시간 때문에 깊이 논의하지 못한다”라는 부작용이 생긴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계속 그 규칙을 따르면서 “우리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조직”이라는 문화를 강화한다.

이런 현상은 사회학자 Anthony Giddens의 구조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사회의 구조(규칙과 관습)와 개인의 행동이 서로를 만들어낸다는 이론이다. 회의에 적용하면, 회의 문화라는 구조가 개인의 회의 행동을 결정하고, 개인들의 회의 행동이 모여서 회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회의는 조직 문화의 거울이 아니라, 조직 문화를 끊임없이 쓰고 다시 쓰는 펜인 셈이다.

실증 연구가 증명한 회의 문화의 힘 

Utah 대학의 Hansen과 Allen(2015)은 회의 지향성(Meeting Orientation)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회의 지향성은 조직이 회의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1. 정책 초점: 회의 운영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는가?
  2. 회의 보상: 효과적인 회의 운영을 인정하고 보상하는가?
  3. 전략적 활용: 중요한 의사결정과 협업을 위해 회의를 활용하는가?
  4. 과다 사용: 불필요한 회의가 너무 많지는 않은가?

후속 연구(Mroz 외, 2019)는 회의 지향성이 높은 조직일수록 팀의 회의 효과성이 높았고, 구성원들의 직무 몰입도 높고 이직 의도는 낮았다. 더 구체적인 사례도 있다. 한 조직은 10년간 변하지 않던 회의 문화가 팬데믹 이후 급격히 변했다. 화상회의 도입으로 “반드시 대면으로 만나야 한다”라는 기존 규범은 사라지고, “카메라 온/오프”, “채팅창 활용” 같은 새로운 규범이 생겨났다. 외부 환경 변화가 회의 방식을 바꿨고, 바뀐 회의 방식이 조직 문화를 변화시킨 것이다.

즉, 회의 문화는 의도적 개입 없이도 형성되지만, 리더의 전략적 개입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리더를 위한 전략, 회의 문화를 설계하라

그렇다면 리더로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회의 문화 변화를 위한 핵심 원칙 3가지는 리더십 모델링, 명시적 회의 정책 수립, 그리고 지속적 피드백이다. 중요한 것은 회의 문화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설계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다.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3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1. 우리 조직의 숨겨진 회의 규칙을 찾아내라. 대부분의 회의 문화는 암묵적으로 작동한다. “회의는 항상 1시간”, “리더가 말할 때는 조용히 듣는다”, “중요한 결정은 회의 후에 따로 한다” 같은 규칙들 말이다.

  • 주요 회의 10~15개를 관찰하거나 녹화해서 분석하라
  • 구성원들에게 “우리 회사 회의의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나?”를 물어보라
  • 회의 길이, 발언 분포, 의사결정 과정의 패턴을 찾아내라

보이지 않던 규칙들이 가시화되면, 구성원들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따르던 방식”을 인식하게 되고 변화의 여지가 열린다.

2. 리더가 먼저 새로운 방식을 보여줘라. 행동의 반복이 문화를 만든다. 리더가 새로운 회의 방식을 일관되게 실천하면, 구성원들은 그것을 새로운 표준으로 학습한다.

  • 회의 시작 시 “오늘 우리가 결정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라
  • “다른 의견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습관화하라
  • 회의가 일찍 끝나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라
  • 회의 후 “오늘 회의는 어땠나? 개선할 점은?”을 물어보라

리더의 일관된 행동은 조직 내 가장 강력한 신호다. “이제 이것이 우리 방식”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되면서 문화가 재구성된다.

3. 명확한 회의 정책과 피드백 시스템을 만들어라. 조직이 회의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과 보상 체계를 가질 때 문화 변화가 가속화된다.

  • 회의 가이드라인 수립: “우리 조직 회의의 원칙”을 가시화하라 (예: 안건 사전 공유, 목적 명시, 참석자 역할 정의)
  • 정기적 평가: 분기마다 주요 회의에 대한 간단한 만족도 조사(5점 척도 3~5문항)를 실시하라
  • 모범 사례 공유: 효과적으로 회의를 운영한 팀을 인정하고, 그 방식을 확산시켜라

명시적 정책은 암묵적 문화를 빠르게 변화시키는 레버리지다. 이를 통해 조직이 진심으로 회의 문화 변화를 추구한다는 신호가 전달된다.

회의를 바꾸면 조직이 바뀐다

회의는 단순한 업무 프로세스가 아니라, 조직 문화를 만들고 유지하는 근본적 메커니즘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전략 수립, 리더십 개발, 인재 육성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도, 정작 구성원들이 매주 수십 시간을 보내는 회의에는 무관심하다. 하지만 회의 방식이 조직의 소통 방식, 의사결정 방식, 심지어 조직의 가치관까지 결정한다. 회의 문화를 방치하는 것은 조직 문화를 방치하는 것과 같다. 반대로, 회의 문화를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것은 조직 전체 문화를 변화시키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결국, 회의는 우연이 아니라 설계다. 침묵으로 시작하는 회의가 순응하는 조직을 만들고, 질문으로 시작하는 회의가 학습하는 조직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