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있어. 그런데 왜 그 진심이 전혀 통하지 않는 걸까?
김팀장은 최근 팀원들로부터 리더십 평가 점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진정성 있게 팀을 이끌고 있으며, 윤리적 기준도 높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팀원들의 피드백은 “리더가 공정하지 않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반응이었다. 김팀장은 혼란스러웠다. 과연 문제는 그의 행동일까, 아니면 그 행동을 바라보는 시선일까?
많은 리더가 겪는 이 혼란은 소통의 문제라고만 볼 수 없다. 진성(authentic), 윤리적(ethical), 서번트(servant) 리더십과 같은 긍정적 리더십은 이상적인 리더십 모델로 강조됐다. 그러나 2024년에 발표된 Thomas Fischer 외 연구진 논문에서 지금까지 긍정적 리더십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 연구는 “긍정적 리더십은 실제 리더의 행동이 아니라 평가자(팀원)의 주관적 인식으로 형성된다”라는 것을 4가지 실험으로 입증했다. 쉽게 말하면, 팀장이 실제로 긍정적인 리더십 행동을 하더라도, 팀원이 그를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리더십 점수와 성과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리더십 효과는 ‘행동’이 아니라 ‘평가자 인식’의 착시일 수 있다.
연구 1. 리더의 성공 여부가 리더십 평가를 바꿀 수 있을까?
설계
- 미국 성인 408명 참가자를 대상으로 두 그룹으로 나뉘어 동일한 리더 영상을 시청함.
- 한 그룹에는 “이 리더가 이끄는 팀은 과거에 평균 300장의 편지를 작성했고(높은 성과)”, 다른 그룹에는 “100장만 작성했다(낮은 성과)”라고 소개됨.
- 이후 참가자들은 해당 리더의 리더십 스타일(진성/윤리/서번트)을 평가하고, 그 리더가 요청한 자선 기부 여부를 결정함.
결과
- 리더의 행동은 동일했음에도, 리더의 이전 성과 정보는 세 가지 리더십 스타일 점수가 유의하게 높게 평가됨.
- 또한 기부 행동도 높게 나타남.
→ 리더의 행동이 아닌, 리더십 평가자의 인식을 통해 평가 결과와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 2. 리더의 수사 전략과 리더십 스타일 평가의 관계
설계
- 참가자는 스위스 대학의 학생과 일반인 367명으로 모두 동일한 리더 영상을 시청.
-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되, 일부는 감정적 호소, 비전 강조, 집단 정체성 강조 등 카리스마적 수사 전략을 포함해 전달하고, 다른 그룹은 중립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함
- 이후 동일하게 리더십 스타일 평가 및 리더가 지지하는 자선단체에 기부할지 여부를 결정.
결과
- 리더의 행동이 동일하고, 표현 방식만 달라졌을 뿐인데 카리스마적 메시지 표현을 한 리더의 리더십 평가를 더 높게 매겼으며, 기부율 또한 높게 나타남.
→ 리더가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했음에도 어떻게 말했는가에 따라 리더십 평가가 달라짐을 시사한다.
연구 3. 평가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리더십 평가는 달라질까?
설계
- 참가자 689명은 클린턴 or 부시의 연설문을 읽고 해당 정치인의 리더십 스타일을 평가.
- 동시에 참가자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측정하여, 정치적 ‘가치 일치도’를 함께 분석.
결과
- 자신의 정치 성향과 맞는 대통령을 접한 참가자들은 해당 인물의 리더십 점수를 더 높게 평가했다.
- 연설 내용은 동일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치 일치 여부에 따라 진성, 윤리, 서번트 점수 모두 달라졌으며, 기부 여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 리더의 실제 행동이 아니라, 평가자의 가치 기반 기대에 의해 형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 4. 리더의 실제 행동을 조작해도 평가자의 인식에 따라 달라질까?
설계
- 참가자 555명을 대상으로 리더의 윤리적 행동을 강조하는 연설 영상을 보고, 이후 리더의 지시에 따라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제를 수행함.
- 참가자는 문제를 푼 수를 자기 보고하게 되어 있으며, 거짓 보고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함.
- 실험의 핵심은, 리더의 윤리적 행동 신호를 다르게 하여 참가자의 속임수 행동(거짓 보고)이 줄어드는지를 측정.
- 높은 윤리 신호 조건: 리더가 “팀원을 존중하고 배려한다”고 명시적으로 언급
- 낮은 윤리 신호 조건: 과업 중심 지시만 주어짐
결과
- 동일한 리더가 윤리적 행동을 강조한 버전과 그렇지 않은 버전으로 나뉘어 제시되었음에도, 참가자들의 리더십 평가는 행동 이외의 요인, 즉 주관적 해석에 따라 달라졌음
- 리더의 윤리적 행동을 실제로 조작했는데도, 그 행동과 무관한 평가 점수(잔차)만으로도 참가자의 정직한 행동 여부(거짓 보고 감소)를 예측할 수 있었음
- 윤리적 행동을 강조한 리더 영상이 참가자들에게 리더십 스타일 점수를 높이는 데는 영향을 주었지만,
- 참가자의 실제 행동 변화는 진성 리더십의 윤리적 신호 조건에서만 거짓 보고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제한적인 효과만 나타났음
→ 평가자의 ‘리더에 대한 주관적 인식’만으로도 실제 행동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 인과적 착각(causal illusion)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종합해 보자면, 이 연구는 우리가 신뢰해 왔던 리더십 평가 방식에 심각한 개념적 오류가 있음을 지적한다
- 긍정적 리더십 척도는 실제 리더의 행동을 반영하지 않는다.
- 리더에 대한 이전 정보, 가치 정렬, 평가자의 심리적 특성이 평가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 이러한 평가는 실제 행동과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과적 착시(causal illusion)일 수 있다.
리더십 실천 가이드
긍정적 리더십은 더 이상 행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팀원은 리더의 실제 행동보다 그 행동이 어떻게 해석되고 인식되었는지에 따라 리더십을 평가한다. 따라서 지금의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은 단순한 도덕성이나 진정성이 아니라, ‘전달되는 리더십’, 즉 의도한 바가 인식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1. 리더십 평가는 ‘사실’이 아닌 ‘인지’다.
팀원은 리더의 행동 자체보다, 이전의 성과, 평판, 가치 정렬 등을 바탕으로 리더를 평가한다. 즉, 리더십 평가는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 인식의 결과인 셈이다. 360도 피드백 점수를 해석할 때도 점수 자체보다, 누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평가 결과를 리더 개발의 기준으로 사용할 때는 반드시 질적 피드백, 행동 기반 관찰, 조직 문화 요소와 함께 해석하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
2. 쌍방향 피드백 구조로 ‘인지의 간극’을 좁혀라
리더는 종종 “내가 이렇게 행동했는데 왜 팀원은 다르게 느낄까?”라는 괴리를 경험한다. 이런 ‘인지의 간극(perception gap)’은 단순한 성격 차이가 아니라, 소통 구조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팀원-리더 간 정기적인 피드백 세션, 행동 리뷰 미팅, ‘내 행동이 어떻게 보였는가?’를 묻는 자기 인식 훈련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3. 리더십 신화를 넘어, 현실 기반 리더십 전략을 수립하라
조직 내 리더십은 도덕적 이상향에만 의존할 수 없다. 실제 조직은 이해관계, 권력 역학, 제한된 자원이라는 현실적 맥락 속에서 작동한다. 모든 리더가 한 가지 리더십만 갖출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리더십 스타일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다. 한 가지 정답이 아닌, 상황, 관계, 과업에 따라 변화하는 유연한 리더십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리더십의 진실이 사실은 착각일 수 있다. 좋은 리더는 좋은 결과를 만든다라는 공식은 리더의 행동과 평가자의 인식 사이의 오해를 간과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가장 효과적인 리더는 어떻게 행동하느냐보다 그 행동이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이해하는 리더다.

